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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향 2012년.8월 26일

1992년 이후 20년 동안 올림픽 출전선수 1548명 가운데 광고모델로 활동한 선수는 28명(1.8%)에 불과하다. 광고모델은 경기 성적 뿐 아니라, 구설수에 오르지 말아야 하고 외모와 이미지가 좋아야 하며, 인기 역시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간 스타 마케팅을 연구해온 브랜드38연구소의 도움으로 올림픽 영웅들과 어울리는 광고를 짚어 봤다.

■ 올림픽 스타 출신 첫 광고 모델은? 탁구 대표팀 현정화 감독

역대 올림픽 스타 중 최초의 광고모델은 런던올림픽 여자 탁구대표팀 현정화 감독이었다. 현 감독은 선수시절인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 탁구복식에서 양영화와 한조를 이뤄 금메달을 땄다. 영화 <코리아>에서 봤던 것처럼 현 감독은 이후, 북한 리분희 선수와 남북 단일팀으로 한 조를 이뤄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우승을 달성했다. 경기력 뿐만 아니라 지금과 마찬가지로 젊은 시절 미모도 빼어났던 현정화 감독은 1993년 한국화장품의 ‘쥬단학 템프테이션’ 광고 모델로도 활동했다. 스포츠 스타 중 톡톡히 광고효과를 낸 사람은 우루사 모델인 차두리 선수 정도를 뽑을 수 있다.

■ 중앙선관위 홍보대사?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 못지 않게 주목받는 사람은 홍명보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유독 많은 오심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공정할 룰이 존재해야 할 런던올림픽은 잇단 오심으로 ‘오심 올림픽’이란 비아냥을 들었다. 한국 축구팬들은 축구 4강 전인 브라질 전에서 편파적인 심판 판정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페널티킥을 받을 만한 상황에서도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았다. 브라질 전 패배 이후 팀이 침체할 만도 할텐데, 홍 감독은 대표팀을 잘 추스르는 리더십을 발휘해 다음 상대인 일본 대표팀을 완파했다. 그는 많은 악조건을 이겨내고 올림픽 사상 최초로 축구 동메달을 만들어 내는 조련사 역할을 했다.

홍 감독의 이미지는 오심올림픽과 비교됐다. 브랜드38연구소는 이런 홍 감독의 이미지가 대선을 앞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델에 딱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 광속 LTE 광고모델? 펜싱 대표팀 신아람 선수

펜싱 대표팀 신아람 선수는 ‘1초 오심’의 희생양이 됐다. 신문과 방송 등 전세계 모든 언론은 1초가 이번처럼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연구소는 초를 다투는 광고인 LTE 스마트폰을 알리는 통신사 광고 모델로 신아람을 꼽았다. ‘1초에 담아야 할 것과 담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카피로 활용해도 좋을 듯 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펜싱은 단체전 금메달, 여자 펜싱은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시청자들도 펜싱이 스피드에 의해 좌우되는 게임이란 것을 알게됐다. 신아람 선수뿐 아니라 펜싱 대표팀 선수들이 스피드를 강조하는 제품의 모델로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 의약품 광고모델? 사격 대표팀 진종오 선수

사격대표팀 진종오 선수는 2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에게 기쁨을 줬다. 매 경기 심혈을 기울인 마지막 한 발을 과녁 정중앙에 쐈던 모습이 병원균을 단 발에 없애는 의약품 광고에 어울린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양궁·펜싱 선수들도 과녁의 화살을 쏘거나 눈 깜짝할 새 상대를 찌르는 모습이 압권이다. 감기·두통 약 광고를 보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같은 발병 원인을 한 번에 제압해 병을 낫게 한다는 식이다. 사격·양궁 선수는 ‘적중시킨다’는 이미지가 강해 로또· 토토 등과 같은 광고에도 어울린다.

■ 광고모델, 누가누가 잘할까?

금메달 커플인 양궁의 기보배·오진혁 선수도 광고계에서 눈독을 들일만 한 선수다. 가연· 듀오 같은 연애상담업체나 혼수용품 광고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유도의 조준호 선수는 눈이 부리부리하고 순진한 미모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역시 오심의 피해자로 그에 굴하지 않고 끝내 메달을 따낸 감동 스토리가 제품의 고객 감동과 연결될 수 있다. 연구소는 조준호 선수가 생명보험회사 모델로도 적합하다고 봤다. 유도의 송대남 선수는 매 경기 화끈한 엎어치기를 선보여 화끈한 이미지가 있다. 매운 맛의 라면 광고도 있다. 라면 ‘너구리’를 많이 먹었다는 체조의 양학선 선수는 해당 브랜드의 회사인 농심이 이미 섭외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배드민턴의 이용대와 레슬링의 김현우는 시원스러운 이미지로 인해 기능성 음료 광고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제2의 김연아’ 역할을 하고 있는 손연재는 모든 광고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광고 모델 캐스팅 1순위 선수다.

브랜드38연구소 박문기 소장은 “선수를 통한 광고효과는 공정한 게임에서 승리를 이끈 만큼 제품 경쟁에서도 공정한 대결로 승리를 가져올 것이란 이미지를 담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소장은 “경기에서 항상 이길 수만은 없지 않은가? 광고를 찍은 이후 나선 경기마다 패전을 거듭한다면 제품의 브랜드자산도 약화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